두리봉 정상에서 본 공주시내 전경.

백두산에서 ‘민중의 한’이 서린 지리산까지 거침없이 뻗어 내린 산줄기가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면, 공주에는 월성산에서 주미산까지 약 12㎞에 달하는 공주대간(公州大幹)이 있다. 공주대간은 백제의 왕도였던 공주 도심을 감싸고 도는 산봉우리들로 연결되며, 선현의 얼이 탐방로 곳곳에 서려있어 역사적 탐방과 함께, 산행을 통한‘산(山) 맛’도 느낄 수 있다. 등산코스는 공주경찰서∼두리봉∼우금티고개∼오곡동∼봉화대(313.2m)∼옥룡정수장으로 연결된다. 지난 4월16일 4시간에 걸쳐 산행하며 느낀 소감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오전 10시 40분.
공주경찰서를 뒤로하고 화창한 날씨 속에 산행이 시작됐다. 등산로는 제대로 정비되어 있었다. 공주시가 지난해 5500만원을 들여 목재계단 385M, 로프난간 200M의 안전시설과 안내도 3개소, 이정표 8개소, 편익의자 24개(6개소) 등을 설치 완료했기 때문이다.
두리봉까지 비교적 가파른 구간이 많았지만, 등산로 주변엔 진달래꽃이 울긋불긋 피어있어‘숨가쁨’을 잊을 수 있었다. 공주경찰서에서 30여분 지나 두리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니 우성들녘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원스레 뚫린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에는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가까이 연미산 아래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공주보’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11시 45분.
가파른 능선 2곳을 지나‘우금티 고개’에 다다랐다. 충청 이남에서 공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이 고개에는, 1894년 동학농민군의 활동을 기록한 동학혁명군전적비(東學革命軍戰蹟碑)가 세워져 있다. 우금티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당시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은 일본군의 경복궁 침범과 경제적 약탈을 규탄하며 반봉건·반외세의 기치를 내걸고 봉기했다. 하지만 관군과 일본군으로 이루어진 연합군의 총칼에 맞서 싸우다 결국 전멸하게 되는데, 이 같은 동학군의 넋을 달래기 위해 1973년 동학혁명위령탑이 세워졌으며, 사적 38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공주시는 4차선 확·포장 공사 당시‘터널공법’을 이용, ‘고개’를 원형 그대로 보존시켰다. 고개 위에는 동학군의 넋을 기리는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12시 20분.

수원지가 데크길로 잘 정돈된 모습.

호젓한 산책로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주미산이다. 산행하는 동안 주변에 큰 바위가 군데군데 위치해있고 제대로 자란 소나무들이 커다란 숲을 조성,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곳에선 고즈넉한 도심 풍경은 물론 주변 풍경까지 공주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굽이쳐 흐르는 비단 물결 금강과 멀리 계룡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김밥과 과일, 그리고 막걸리 한 잔을 나눴는데, 뭐니뭐니해도 산에서 먹는 한끼 식사가 단연 꿀맛이었다.

오후 1시30분.
식사를 마치고 1시에 출발해 30여분 지나온 지점에서, 종주코스대로 진행하자면 봉화대(313.2m)로 향해야 하는데, 코스를 변경해 수원지로 향했다. 수원지로 향하는 동안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깨끗한 계곡물이 발길을 유혹, 간단한 세안으로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계곡에는 비교적 많은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계곡 주변은 비교적 평탄했고, 돌담들이 군데군데 쌓여있어 오래 전 주민들이 깊은 이곳까지 들어와 터전을 일구고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기를 30여분. 마침내 금학동에 위치한 수원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수원지는 예전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수원지 주변 전체가 산책로와 데크길, 그리고 공연무대 등까지 조성되어 유명 휴양림에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알아본즉, 공주시가‘금학수원지생태공원조성사업’을 추진해 이곳 수원지 일원을 관광자원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준공이 끝나면 시민들에게 개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입소문을 타고 산책을 즐기려는 금학동 주민들은 물론이고 젊은 학생들의 데이트 장소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후 3시40분.
우리 일행은 산행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오전 산행출발지점에 다시 도착했다. 생맥주 한잔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음 산행을 약속하며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