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식 민주노총 공주굴삭기 분회장이 공주의 노동현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공사대금 체불의 현장을 넘어 살맛 넘치는 노동현장을 꿈꾸다.

현장소장, 하루 일당 이만원씩 떼는
‘똥쟁이’관행은 꼭 없어져야
市 결재 관행 바꾸면 큰 도움돼
관급공사에 대한 관리감독도 절실

  산성동 재래시장 토백이 출신으로 민주노총 공주굴삭기분회장, 사단법인 우금티사업회 이사로 활동하는 김응식(金應植·47)씨를 만났다.  다음은 김응식 분회장과의 일문일답.

  - 산성시장 토백이로 자라나 공주에서 굴삭기(포크레인) 기사로 일하기까지 살아온 역정을 소개해 주시면?
  △산성동 재래시장에서 잡화 가게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4형제의 차남으로 자랐다. 공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는데, 중학교 때 급격히 기울은 가세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다. 군 입대 전에 대전에서 공장을 다니다가, 군대 생활을 하면서 중장비 면허 3개(포크레인·로라 ·지게차)를 취득했다. 중장비 면허를 취득한 이유는 취직을 위해서 였다. 88올림픽 전인 85년경에는 중장비 기사나 택시 기사 인기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단적으로 중장비 기사가 공무원 월급의 3배정도 됐다. 85년 군제대 후에는 14년 동안 건설회사에서 봉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그 뒤 포클레인 운전기사로 뛰어들어 한번 망하는 등 몇 번의 굴곡은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두 동생을 가르쳐 자리를 잡게 했고, 1남 1녀의 아버지로서 줄곧 공주에서 살면서 25년을 포크레인 기사로서 그리고 조경업 일을 하고 있다.

  - 전국에서 최초로 공주에서 굴삭기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공주지역 대표를 맡았다. 그 계기는?
  △건설공사 현장에서 상습적인 공사대금 체불(임금 체불) 때문에 참으로 힘든 일을 많이 당했다. 그 때문에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밖에 없었다. 공사현장의 일은 다 끝나고 건설회사는 관공서에서 공사대금을 분명히 받았는데, 건설회사 밑에서 일했던 포크레인 기사나 일용직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이 일어나는 일이다.

  공주에서 관급공사와 개인공사가 개략 반반 정도이다. 관급공사의 형태는 보통 발주처는 시청이고 시공자 또는 하도급자는 전문건설업체 및 종합건설업체이다. 이 시공자 밑에서 건설기계임대업자(굴삭기 기사, 덤프 기사) 및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한다.

  보통 포크레인 기사들이 건설회사와 거래하면 3개월에서 8개월 뒤에 지불하는 어음을 받는다. 그 것조차 연기되는 경우도 많다. 공사대금이 늦게 들어올수록 공사를 위해 투자했던 재료비 기름값의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공주에는 500여명의 굴삭기 기사들이 있다. 2008년 4월에 공주에서 전국 최초로 민주노총 산하조직으로 굴삭기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공주에서 시작으로 전국으로 굴삭기 노동조합 결성이 확산됐다. 결성하자마자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 행복도시와 공주관내 고속도로 현장을 상대로 파업과 교섭을 했다. 당시 내걸었던 8시간 노동, 기름값 회사 보조, 단가현실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 후유증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공주 굴삭기 기사들의 생활을 소개해 주시면?
  △지금 굴삭기 기사들의 생활은 중하위권 이하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하위권이다. 생활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상습적인 공사대금 체불이다. 나는 공주에서 굴삭기 일만 25년 해와서 일이 많은 편이다. 올해 들어 1월, 2월 일해서 공사대금 받을 돈이 2000만원이다. 그런데 아직 대금을 못 받았다. 최근 은행돈 2000만원을 융자받아서 재료비, 인건비, 기름값, 수리비를 충당했다. 융자받고 사채를 얻을 능력이 없으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굴삭기 기사 40% 정도가 빚 갚을 능력이 없는 빚쟁이이다.

  - 굴삭기 기사 등 건설업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공주시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을 무엇이라고 보나.
  △먼저 정부는 정부조달 입찰가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책정한 표준품셈에 의하면 장비대(굴삭기 사용 단가 등)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조달청에서 공사를 발주할 때는 물량띠기(루베)로 하는데 시중 단가의 80% 가격을 100으로 보고 그 중 87% 가격에 공사를 발주한다. 모든 건설계통 사람들 시공자 장비업자 일용직 노동자 모두가 나서서 정부의 저단가 공사 발주 폐지를 위해 대정부투쟁을 해야 한다.

  공주시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 공주시의 1억 미만의 소액공사는 60일이 공기인데 공사가 완공된 준공검사 끝난 뒤에 공사업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굴삭기 기사 등 장비업자나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사실상 3개월 이후에나 돈이 지불되고 있는 것이다. 중간에 공사의 진척 상황에 따라 일회 이상 공사대금이 지불된다면 굴삭기 기사 등 장비업자나 일용직 노동자에게 월 1회 결재가 가능하다. 공주시가 결재 관행을 바꾼다면 빠듯하게 생활을 꾸려나가는 서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관급공사에 대한 공주시의 관리 감독이 절실히 필요하다. 몇 년전 공주시에 일어났던 중부도시가스 사건은 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자가 공주시에서 공사대금을 받고 일을 마친 상태에서 일을 한 굴삭기 기사, 덤프 기사,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임을 지급하지 않고 날라버린 사건이다. 지금 시가 발주하고 있는 오수공사도 현재 임금체불이 되고 있다.

  - 대기업에서 인센티브제 소장을 앞세운 기업운영 관행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데.
  △대기업업체 현장소장이 인센티브제 소장이어서 기본임금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성과급으로 지급받고 있다. 돈 앞에 장사가 없다고 인센티브제 소장이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덤프 화물적재량을 정량이 넘도록 싣고 오도록 한다든지 저단가로 계약한다든지 하고 있다.

  이걸 현장에서 가능하게 하는 것이 현장 소장이 ‘똥쟁이’로 불리는 중간업자들을 통해서 일하는 것이다. ‘똥쟁이 업자’들은 현장소장에게서 저단가로 일감을 받아서, 기사들에게 일감을 주면서 기사들에게는 하루 일당에서 이만원씩을 떼고 있다. ‘똥쟁이’관행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꼭 없어져야 한다. 대기업이 인센티브제 현장소장을 통해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노동자들의 생존조건을 열악하게 하고 있다.

  - 굴삭기 기사, 덤프 기사들을 노동자로 보려고 하지 않는 정부의 시각은 대규모 건설업자들이 이익을 위해서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굴삭기 기사, 덤프 기사들을 일반사업자로 분류해 왔다. 현재 정부와 대규모 건설업체에서는 굴삭기 기사, 덤프 기사들을 일반사업자로 보고 계약해지로 위협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건설업자들 한쪽만의 이익은 굴삭기 기사, 덤프 기사들, 즉 대다수 서민들의 생활 조건의 악화이다.

  노동자가 임금체불이 되면 사업주는 준형사처벌을 받는다. 굴삭기 기사, 덤프 기사들의 공사대금을 임금으로 본다면 현행법만으로도 해결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또한 노동자로 인정되고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게 되면 마음대로 해고되는 것을 막고 해고되면 3개월의 해고수당이 보장될 수 있다. 현재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대보험 및 산업재해도 굴삭기 기사들의 책임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이 난관을 헤쳐갈 수 있도록 정부와 대규모 건설업계, 그리고 건설노동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을 때이다. 어느 한편만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 공주지역에서 노동자로서 노동운동을 해 오면서 노동상담소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공주지역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법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건설기계노동자 일용노동자는 일을 하고서는 공사대금과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업주의 공사대금과 임금의 체불이 관행화되고 있어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굴삭기 업계에서 1년에 개인당 액수는 최소 1000만원 정도, 건수는 1∼2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대전, 천안, 아산에서는 노동상담소가 있다. 공주에서는 노동상담소가 없어서 법무사에게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공사대금 및 임금 체불을 처리하고 있다.

  공주지역 500명의 굴삭기 기사, 300명의 덤프기사들이 매일 매일 당하고 있는 문제이다. 공주시 사업체 종업원 3만3000여명(2006년 통계)과 그 가족들이 매년 몇 건씩 당하고 있는 문제이다.

  또한 인력수급 시장의 제대로 된 정보망이 필요하다. 공주의 어느 기관이나 단체에서 꼭 해야 할 일이다. 노인들부터 일용직 막노동자까지 일자리를 마련하는 고용정책과 급식과 잠자리 대책을 위한 복지정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새로운 일거리 창출도 노동상담소 활동과 연관지으면 더 많이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 공주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활 개선을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주에서 일용잡부로 결혼생활도 못하고 혼자서 쪽방이나 여인숙에서 사는 사람들이 200여명이나 된다. 20대에서 70대 중반까지 연배로 대다수가 용역사무실에서 일거리를 받아 일을 나가는데 하루에 7만에서 8만원 정도 받는데 그중 10%를 용역사무실에서 뗀다. 사실상 일년에 6개월 정도 일하고, 일당을 받으면 술로 탕진하기 때문에 생활에 향상이 없다.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소의 역할을 기대한다.

  - 4대강 사업으로 공주 굴삭기 업계의 형편은 나아졌는가?
  △4대강 사업에 필요한 굴삭기는 공주 500대중 100대의 대형 굴삭기에만 해당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대형건설업체와 일부에만 돈이 풀리고 있다. 밀어붙이기식 공사는 생태계 파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복지쪽으로 예산을 돌려야 우리 경제와 서민들이 살 수 있을 것이다.

  - 그동안 공주에서 굴삭기 업계에서 25년 일해 오셨는데, 앞으로 희망은?
  △주식회사 형태로 자본금을 같이 모아서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싶다. 진절머리나는 공사대금 체불에서 벗어나 일거리와 이익을 같이 나누고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제때 지불하고 거래업체들에게는 정해진 날짜에 공사대금을 지불하는 그런 전문건설업체이다. 뜻맞는 친구들과 일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정선원 시민기자 goma021@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