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하 취재부장

선거시즌이면 후보간 온갖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들이 난무한다. 무모하게 상대방을 공격하다 역풍을 맞아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끝내 사실이 아닌 발언으로 밝혀지기라도 할 때는 씁쓸하기까지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공주·부여·청양 선거구)가 여러 매체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와 고인이 된 부친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의 국회의원 합산 재임기간을 11선 44년이라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머쓱해 했다. 

정 후보의 이의 제기에 따라 최근 충남도선거관리위원회의 확인 결과 부자(父子)의 국회의원 경력 기간이 36년 5개월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 분명한 나의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박 후보는 선거캠프에 이번 총선과 관련 '허위사실 조작 유포 및 부정선거 종합대책단'을 가동해 자가당착에 빠진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순방을 마친 뒤 곧바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공주 대백제전 개막식에 참석해 "고향에 오니 힘이 난다"며 지역에 애정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이 비록 태어나지 않았지만 공주를 고향으로 지칭한 이면에는 가계 조상들이 오랜 기간 지역에서 터를 잡고 생활해 연고가 깊다는 의미가 내포됐다고 할 수 있다. 


고향에 대한 사전적 넓은 의미는 △태어나 자라난 곳 △제 조상이 오래 누려 살던 곳 △늘 마음으로 그리워하거나 정답게 느끼는 곳을 포괄한다. 

윤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전 연세대 교수가 지역에서 태어나 공주농고(현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를 나온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공주를 고향으로 지칭한 것을 두고 잘못 됐다고 이의를 달기에는 궁색하다.

사실 지역민들은 윤 대통령의 고향이 공주라는데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더해 지역 발전도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어떤 주민은 오히려 세종시보다 좋게 될 것 같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요즘 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출신지 진위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정섭 전 공주시장은 지난 23일 박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윤 대통령이 공주출신이라는 주장은 허위라고 말해 일각의 곱지 않은 눈총을 받고 있다. 현재 김 전 시장은 박 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김 시장의 발언에 대해 상대방 후보측의 지지자들은 발끈, 지극히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일반적으로 '고향과 출신지'를 같게 인식하는 경향에 따라 윤 대통령의 출신지가 공주가 아니라는 발언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일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인이 된 인사의 국회의원 경력기간 발언이 문제가 되고 대통령 출신지 진위 언사가 지역의 이슈거리가 되니 극도의 민감한 시기인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