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충남도의원

충남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자랑하는 교육 도시, 공주의 역사는 유래가 깊다. 1904년 공주 관료와 유지들이 후원금을 모아 사립 명화학교를 설립했고, 1906년 미국 감리교 선교사 윌리엄스에 의해 영명학교(현 공주영명중·고등학교)를 설립, 1922년 1월 22일에는 공주시 중학동에 공주 공립고등보통학교(현 공주고등학교)가 설립됐다.

그 뒤로도 1938년 공주여자사범학교(공주교육대학), 1948년에 충남도립 공주사범대학(공주대학교) 설립되면서 많은 인재가 공주시로 유입됐다.

교육의 열기는 문학으로까지 이어져 학교별 각종 문예지 발간이 활발했다. 1956년 영명(영명고등학교), 1977년 쌍수(공주고등학교), 1988년 공주 문학(한국문인협회 공주지부)을 발행하기에 이르렀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은 문학인들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회화 또한 독보적인 형태로 자리 잡아 임립미술관을 시작으로 이미정 갤러리를 비롯한 11개의 갤러리가 존재하고 올해는 8개의 화랑이 참여하는 공주갤러리 주간 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1966년 활발한 인구 유입으로 22만 도시를 자랑하던 공주시는 옛말이 되고 인구 10만 붕괴 위험을 앞두고 인구감소·지방소멸에 직면해 있다. 전국의 각 도시에선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판에 박힌 듯 유사하고 미약하다.

공주시는 공주시만의 차별화 된 전략이 필요하고 공주만의 변별력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공주시의 대표성으로 이야기되는 교육에 문학과 회화가 곁들여진 차별화된 콘텐츠로 '책'더 나아가 '책 문화'라는 어젠다를 제안하고자 한다.

책은 넓은 의미에서 많은 것을 아우를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다. 과거보다 독서 인구는 줄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출판 인구는 늘어가고 기존에 있던 대형서점은 거의 사라졌으나 동네 책방과 독립 책방은 계속해 늘어가고 있다.

블루프린트북을 비롯해 공주로, 가가책방, 고마다락, 데시그램북스, 길담서원까지 공주 시내에만 책방이 여럿이다. '소쿠리'와 '인절미', '정안마을'까지 독립 출판사에서 내어놓는 지역의 이야기도 계속 확장해 가는 중이다. 과거와 달리 책은 출판사에서만 만들어지지 않고 1인 출판, 독립 출판으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 수 있고 유통되는 생태계가 마련돼가고 있다.

이런 특화된 책 콘텐츠를 아우르는 곳이 있다. 바로 읽고, 쓰고, 만들고, 전하는, 공주 책공방 북아트센터(이하 책공방)다. 책공방은 근현대 책의 물성을 가지고 차별화된 책 문화를 선도하는 곳이다.

과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책을 만들던 책 기계들은 물론 우리 선배들이 한 땀 한 땀 손기술로 만들던 책 도구까지 공주에 책공방이 자리 잡게 된다면 우리나라 근현대 책의 물성과 원류를 공주시에서만 만나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판은 글쓰기, 편집, 제작 등에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다른 문화에 비해 그 문턱이 높고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눈으로 경험할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책은 훌륭한 사람, 대단한 사람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만들 수 있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상업 출판물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독립 출판물과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지역 출판물의 활성화는 그 지역만이 가지는 특색 있는 콘텐츠의 초석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 대부분은 책으로부터 비롯된다.

공주 책공방을 기반으로 책 전문가를 양성하고 관련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면 머지않아 책을 통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나는 몇 년 전부터 '공주 책공방'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지자체별로 책 문화의 어젠다를 선점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변별력 있는 콘텐츠를 가장 먼저 선점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역사와 가치관을 기록으로 남기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공주 책공방이 자리 잡게 된다면 책의 오리지널 그리고 물성과 함께하는 변별력 있는 책 문화가 조성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콘텐츠가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으나 시일이 많이 지나 몹시 안타깝다. 2024년에는 완성돼 공주시민들이 새로운 책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