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지만 보람으로 인생을 채우고 있는 연극은 나의 삶 자체…지금 눈 앞에 보이는 어려움보다 우리가 해야 할 더 큰 몫이 있기에 신념과 자부심으로 다시 일어선다…긴 여운과 마음을 울리는 연극으로 다가서고 지역연극인의 저변확대를 위해 힘쓰겠다” 
 

서경오 신임 지부장

  “연극작업의 최상의 매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 감동과 진실 전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연극의 맥을 잇고 더욱 성장하는 공주연극협회가 될 수 있도록 부족하지만 열심히 뛰겠습니다.”

  지난 3월14일 제6대 한국연극협회 공주지부장에 선출된 서경오(徐京五·41)씨는 앞으로 3년의 임기 동안 그간 침체돼 있던 지역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서경오 신임 지부장은 극단 젊은 무대의 창단 멤버이자 전국연극제 참가를 통해 두 차례의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충남을 대표하는 여성연극인이다.

  다음은 서경오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 먼저 당선 소감을 말씀해달라.
  △뿌리를 먼저 알고 지키자는 마음으로 공주 연극인으로 몸 담은지 여러 해의 봄을 맞이했다. 사실, 전보다 어깨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지역 문화지킴이로써 좋은 공연을 보여드려야함은 물론, 우리의 공연예술작업과 함께 지역시민들의 문화도 이끌어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 연극 활동한지 꽤 오래된 걸로 알고 있다. 연극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던 시절, 일과를 마치고 깁스한 다리를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와 듣던 극단 ‘젊은무대’의 화술특강, 겨울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극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전업 연극인으로써의 길을 걷게 돼 지금은 연극이 삶 자체가 됐다. 나의 인생의 지각변동은 그때부터 였던것 같다.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누려오던 인생에 때론 고단하지만 보람과 의미로 인생을 채우게 된, 큰 변화가 일어났다.

  - 공연을 하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또한 기억에 남는 작품은.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2003년, 내 고장에서 열린 전국연극제이다. 두 개 이상 극장을 가진 광역시 위주의 개최지에서 3년간의 실패와 도전으로 중소도시인 공주로 옮겨 놓았던, 대전을 제외한 충남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던 ‘제21회 공주전국연극제’개최다. 또 다시 전국광역시도별 15년의 해를 한바퀴 거치고 나면, 내가 연극인이란 이름으로 살아 있는 동안에 이곳 공주에서 전국연극제가 다시금 열리게 될 날을 손꼽을 수 있을까? 그렇게도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공주전국연극제’는 우리지역의 공연문화예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이다. 연일 자리를 매워주시는 시민들, 연극제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성숙한 공연관람 모습, 연극제 이후 점차 달라진 관객들의 모습들은 매년 2달간 뜨거운 햇빛 속에 여름 주말을 반납했던, 여름주말 시민들과 함께 했던 ‘고마나루축제’와 공연들, 그 시간들을 15년의 그 많은 회환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내심 보람으로 행복하게 했다.

  ‘공연관람 문화는 이렇게 종이가 물을 머금듯 조금씩 배어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여기에 문화지킴이로써의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작은 문화운동 속에 우리들의 작은 손길과 정성이 녹아졌고 정성과 시간과 땀이 관객들에게서 묻어났다.

  가장 잊지못할 작품으로는 ‘제21회 전국연극제’행정자치부상(금상) 수상작, 민속가무극‘천도헌향가’, 가장 잊지못할 긴 여운과 마음을 울린 작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이다.

  2000년 세 여자의 이야기인 연극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문화원에서 장기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매일 오셔서 같은 자리에 앉으시곤 조용히 눈가를 훔치고 가시던 여자관객이 계셨다. 연극 속에서 감동과 위안을 찾으시는 그 분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긴 여운과 마음을 울리는 연극, 그런 연극이 되길 바란다.

  - 연극을 하면서 숱한 어려움에 직면할텐데.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을 지키고자 하는 뜻을 함께 할 연극동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많은 공연문화가 대도시로 집중돼 있는 이때, 나 개인보다는 지역연극인의 저변확대와 후배양성 등 지역연극을 무던히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의지와 희생할 각오,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등 토닥거림이 큰 힘이 되며, 주위의 무관심은 그 무게가 그 덤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공연예술작업과 함께 시민들의 문화도 이끌어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무던히도 길고 외로운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연시마다 매번 겪어내야 했던 연습실 등 문화시설물의 부족, 시설 기자재 보존관리의 문제 등 연극인, 예술인들의 많은 노력이 요구돼야 하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또한 현실이다.

  실제로 내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는 일이었던 피아노학원을 경영할 때보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여건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어려움보다 우리가 해야 할 더 큰 몫이 있기에 신념과 자부심으로 다시 일어선다.

  중앙이나 지방이나 다들 겪고 있는 생활고의 문제는 커다란 문제점으로써 연극을 시작하는 이들이 어려움에 쉽게 포기하게 하곤 한다. 지방자치에서도 기업, 주민, 단체 등 민간 차원의 문화활동 지원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운영자금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재원확보 방안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현재의 지역 연극계 상황에 대해 진단하신다면.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중부권 내 유일한 연극제인 ‘전국고마나루향토연극제’및 ‘한국공연체험마을’개원(2006) 등은 공주예술인들이 설자리, 공연예술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더 크고 넓은 기회를 주고자 한 우리의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로 인해, 전국적으로 어려운 연극계 상황 속에서도 많은 연극인들이 이곳 공주를 부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연습실 하나 없어 전전 긍긍하며 옮겨 다니던 예전보다, 마음 놓고 공연하고 연습할 수 있는 이 공간. 이것이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연극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연극인으로서, 공주 예술인으로서 스스로 존재감과 자긍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 임기 3년 동안의 목표는 무엇인가.
  △물론 공연으로 관객들을 자주 만나 뵙는 일이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재미있고 감동있는 연극으로써 자주 만나뵐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지역의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고장 연극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공주연극협회에서는 ‘공주대학연극제’, ‘공주청소년연극제’를 거쳐 ‘공주청소년연극축전’이 공주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을 돕고 있다.

  매년 방학을 통해 연극과 만나고 캠프를 통해 하나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앞으로도 청소년 및 일반인도 연극을 향유하며 연극을 통해 자신을 계발할 수 있도록 보다 폭 넓은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및 다양한 창의적인 연극캠프, 연극과의 만남을 위해 힘쓰겠다.

  -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공주문화를 살리는 것에 굉장한 가치가 느껴진다. 20년 전, 공주에 연극적 기틀을 마련하신 여러 선배님들의 귀한 시간들, 잊혀져 가는 백제의 무형자산인 백제기악복원을 위해 사비를 들여 여러 해 일본을 넘나들던, ‘백제기악전승보존회’의 탈을 복원하던 그 시간들도 절대 덧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연극으로서 우리 지역 곳곳의 묻혀있는 소중한 소재를 찾아 가슴속에 기억될 ‘백제이야기’, ‘공주이야기’등 무형의 자산들을 유형의 것으로 만드는 일, 즉 공연예술을 브랜드화시키는 것이 언제나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이며 화두이다.

  그동안 공주지역의 연극은 수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그 맥이 끊이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애써주신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앞서 어려운 길, 터를 닦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 뿌리를 아는 후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지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연극작업의 최상의 매력은 감동과 진실인 것 같다. 그런 진실함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묻어나는 배우로 성숙했음 하는 바람이다.

  몇 년전 연습도중, 다친 다리로 인해 재활치료를 하며 밝은 무대보다는 무대를 뒷받침하는 무대 뒤의 시간들이 많았다. 더 큰 발짝을 뛰기 위해 움츠린 이 시간들로 나의 길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단단히 다지는 전환점이 됐음을 감사드린다.

  2010년 봄, 한국공연예술체험마을(공주유구) 연습실 창문으로 바라다보는 수백 년 된 나무숲은 이 봄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공주의 첫 연극전용 소극장이던 구 영화관, ‘계룡문화예술회관’ 몇차례 눈물로 접은 뒤 10여년이 훌쩍 넘어 다시금 둥지 튼 ‘한국공연예술체험마을.’ 폐교 지붕, 바닥 구멍을 막고 교실 두 개를 직접 터 만든 공간이어서 인지 더욱 애착이 가는 공간, 이곳에도 벌써 5년이라는 땀이 베어있다.

  뿌리를 먼저 알고 지키자는 마음으로 공주 연극인으로 몸담고 여러 해의 봄, 올해 2010년 ‘공주연극협회 지회장’이라는 무게를 다시금 어깨에 얹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박수와 등 토닥거림이 가장 큰 힘이 되리라고 본다. 경제적, 물질적인 어려움보다도 가장 큰 심적 어려움은 바로 내 지역의 무관심이다.

  공주시와 공주시민들의 많은 관심으로써 ‘직업으로서 연극하기’, ‘연극인으로서 살아가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다. 연극을 떠나 공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즉 유무형적 가치의 중요성을 아끼고 지켜나가 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한결같이 공주를 향한 ‘나의 뿌리를 알고 또 좋은 공연은 물론 지역문화예술발전도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라던 처음 생각, 공연을 위한 젊은 시도와 열정은 변함없다.

  부족하지만 지역연극의 맥이 될 수 있도록, 예술사랑이 깊이 뿌리내려질 수 있는 디딤돌로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듬직히 일할 것이다. 더욱 성장하는 공주연극협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관심있게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