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통 운전기사들이 간이화장실을 설치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시민교통 버스 운전기사들에게서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났다. 파랑색 간이 화장실 때문이다. 그동안 기사들은 시내버스 특성상 종점에 가야만 대소변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1번과 125번 종점인 한산아파트에는 딱히 갈만한 화장실 조차 없어 종점 근처에 간이화장실을 설치해 이용해 왔다.

하지만 그마저 회사와 공주시청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주민들의 민원이 속출했고 결국 지난해 2월 철거되기까지 했다.

철거이후 1년 넘게 기사들은 산짐승처럼 산을 전전하면서 누가 보진 안을까하는 조마심으로 항상 급한 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때마다 느껴야했던 모멸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처지, 인간의 본능적 욕구조차 해결해 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참고 참아야만 했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기사들은 늘 이 문제를 해결하길 고대했다. 그런 요구가 커서인지 올해 새로 선출된 시민교통 박근철 노조위원장은 당선이후 제일 먼저 해결할 것으로 화장실 문제를 꼽았다. 바로 '우리도 화장실 좀 이용합시다' 라는 슬로건 이었다.

공주시청 교통과, 시민교통 회사의 문을 두드리면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대우를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박 노조위원장과 동료들은 자기 사비를 털어 간이화장실을 직접 샀고, 힘을 모아 밀고 당기면서 기사들을 위한 화장실을 설치했다.

박 노조위원장은 "40∼50대 기사들이 궁둥이를 까고 산속에서 남몰래 본다는게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아세요." 라며 "회사에서 공주시청에서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우리들을 좀더 소중하게 여겨야 우리도 시민들에게 더 친절한 서비스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 운전기사는 "시민의 안전은 결국 기사들에게 최소한 인간답게 대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며 "간이화장실 이거 하나 설치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워서 기사들이 산을 헤매면서 짐승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고 불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