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경찰청 차장의 유임은 정진석 작품이다. 박 차장이 퇴임하면 내년 19대 총선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올 것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중론이다보니, 득실을 따져본 정진석 의원이 출마 저지를 위해 청와대와의 조율을 통해 원천봉쇄 한 것이다.”

박 차장의 유임을 두고 지역정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다.

박 차장은 현직 경찰 최고위직 5인방 중 1인이면서도 지역 대소사를 일일이 챙기는 등 지역민심이 매우 우호적이다. 거기에 젊고, 예의 바르며, 리더십이 강한 인물, 이른바 외유내강형 올곧은 공직자라는 게 시민들의 대강의 평가다.

박 차장은 내년 총선에 나선다면, 한나라당 아니면 무소속 출마라는 양자선택 길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도로 선진당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심대평 대표가 이미 출마를 공언한 상태이고, 민주당은 박수현 공주·연기 지역위원장이 포스트로 포진해 있는 가운데 이성구 홍익대교수가 출마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 후보는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비례대표를 포함, 4선이라는 위업의 고지 도전의지를 불사르는 가운데 오병주 국무총리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강제동원희생자 위원장의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여기에 예상밖의 파괴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던 박종준 차장이 있었던 것이다. 무소속 출마도 충분한 가능성을 열어놓았었다.

공주가 보수적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의 도지사를 선택했고, 민주당 시의원까지 탄생시켰다.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에, 안철수 신드롬 등이 그렇고, 공유의 가치를 당론으로 해 최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해적당 같은 변화기미가 감지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수 있다.

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박종준이었고, 그가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거기에 가장 긴장할 상대는 정진석 의원이었다는 설득력 있는 분석인 것이다.

게다가 정 의원은 심대평 대표와 애시당초 국민중심연합으로 같이 했다가 탈당, 이명박을 지지하며 한나라당으로 간 인물이다.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가 보통의 연(緣)을 갖고는 안된다는 게 통념이고 보면 그들간의 정의(情誼)를 충분히 추론할수 있다. 그는 또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능성이 희박한 서울 출마설을 흘린 바도 있다.

경찰조직에서는 수사권조정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고 그 적임자가 박 차장이기에 유임시켰다는 배경설명이나 인사적체가 극심한 상태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박 차장 또한 “현재로선 경찰 신분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1년 뒤를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인물을 다선(多選)으로 만들어 지역을 위해 큰일을 하게 도와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로 불려지고, 생물은 적자생존이라는 법칙 앞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생존경쟁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경쟁은 내세울만한 업적과 비전과 인물됨으로 공정하게 존개돼야지, 될 성 부른 싹을 미리 잘라버리듯 인식되는 행위는 비겁한 경쟁이다.

지역정가의 분석이 선거때만 되면 으레 찧는 입방아에 불과하기를 시민들이 정녕 바라고 있음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