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항에서 관광객들이 투명카누를 즐기고 있다.

세계남근 조각축제가 열리면서 어쩌면 귀엽고, 어쩌면 우락부락해 보이는 남근(男根)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해신당공원의 약간은 충격적이고 또 애련한 기억으로 아직도 남아있는 삼척의 추억.

옆에는 동해의 싱그런 바다요, 철로 양옆으로는 보기좋은 소나무가 심어져 솔향기를 듬뿍 풍겨주는가 하면, 형형색색의 레이저가 이리저리 빔을 쏴대면서 환상 자체를 연출해주었던 수개의 터널들과 함께 청정해변 5.4㎞를 ‘해양레일바이크’란 이름으로 달렸던 추억들.

공주에서 신새벽에 출발한지 4시간반 만에 도착했던 동해의 청정도시 삼척시는 그랬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삼척 교차방문 일정은 8월29일과 30일, 1박2일이란다.

1박2일.

1박2일은 그 단어 자체가 설렘을 준다. 첫째는 모든 것 훌훌 털고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이요, 하룻밤을 외지에서 묵는다는 다소 여유로운 일정이 그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가 보다. 얘기는 다르지만 TV인기프로였던 ‘1박2일’도 꽤 인기를 끌었던 걸로 기억된다.

삼척시지체장애인협회가 충남도장애인체전이 열렸던 지난 7월 공주를 찾았었고, 공주시장애인연합회가 이번에 삼척을 찾는 것은 그 답방 형식으로 이들 두 협회는 자매결연을 맺은 이후 연간 교차 행사를 이렇게 진행해오고 있다.

1박2일이니 여유도 좀 있다. 아침 8시 신관동 경복궁웨딩홀 앞에서 90명의 공주시장애인을 태운 2대의 잘빠진 리무진급 대형버스가 엑셀을 밟았다.

한국의 나폴리 ‘장호항’

김종헌 공주시복지과장과 류근욱 장애인담당이 동행했다. 소개가 무색하게 여기저기 오랜만에 만난 이들, 주로 집에만 있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은, 그리고 그 긴 여행의 첫 출발은 역시 감사함과 행복일까.

거기에 용모가 고와 그렇잖아도 마음씨 착해 보이는 여직원은 연신 떡과 음료수 등 먹거리를 날라준다. 모든 것 다 잊고 편안한 자리에서 동료와 정겨운 얘기 주고받으면서 차창 밖의 늦여름 풍경을 완상한다는 것, 이게 즐거움아니고 뭐겠는가.

에어컨 때문에 창문은 닫혔지만 웬지 바다 내음이 나는 듯싶더니, 이내 한 항구에 정차됐다.

한 눈에 보기에도 참 아름답다. 내륙에 살고 있어 바다구경 자체가 싶지않은 우리에게 동해의 푸른 바다, 그것도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항구를 첫눈에 바라보고 있으니, 짐 먼저 챙기라는 소리 따위는 뒷전이다.

행정구역상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 동그랗고 새하얀 해안선이 하도 아름다워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며 깨끗한 백사장을 자랑하는 장호해변이 있어 매년 7∼8월 ‘장호어촌체험축제’가 열리는 곳. 바다낚시·투명카누·래프팅·스노클링 등 다양한 어촌체험을 즐긴다고 하는데, 지금도 여러 쌍의 연인들이 투명카누를 즐기고 있었다.

실눈으로 보니 ‘환타스틱’

삼척시협회(회장 김진석) 회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해변 앞 모텔에 여장을 푼 식구들은 예전 추억의 한 기슭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그저 소풍 온 아기들처럼 즐거웠다가 또 갑자기 묵상에 빠지기도 한다.
환영연 대형 텐트와 무대는 이미 준비돼 있고, 조개와 고기 굽는 시설도 보인다.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런저런 감상에 젖다보니, 박수현 정책특보가 그 먼 길을 달려왔고, 또 고광철 시의회의장도 보였다. 대단한 열정이다. 아니 열애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삼척시에서도 김대수 시장과 김상천 의장, 홍용기 총무국장, 홍근표 사회복지과장, 홍귀자 담당 등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은 다 와 주었다.

김대수 시장은 “충남에서는 특보님이 와주셨는데, 강원도서는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조크와 함께 “양반의 고장 공주와 진취적 도시 삼척이 같이 힘을 합해 멋진 도시와 영원한 우의를 만들어 나가자”며 환영했다.

김명호 공주시장애인연합회장은 “환대에 감사한다”면서 “공주와 삼척이 모범적인 장애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개굽는 냄새는 코를 찌르고, 삼척시청 섹스폰동호회 ‘버들피리’의 연가, 바위섬 등 귀에 익은 바닷가 즉석연주가 시작된다.

실눈으로 설핏 보기로 했다. 나폴리 항구, 시원한 저녁 바닷바람, 낮 익은 곡조, 오가는 정담, 예전 애인과 걷던 바닷가 추억, 고기굽는 냄새에 뻥뻥 소주병 따는 소리….

내일도 해는 뜰텐데…, 속 쓰릴텐데…, 해장술 생각이라도 난다면…?

백사장을 혼자 걷기로 했다. 비록 되돌아 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