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위한 학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싶다

해마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학교에서는 도교육청과 지역 교육지원청의 계획 전달 및 연수로 교사들의 출장이 잦다. 어느 날 가만히 지켜보니 출장 가는 교사가 2명, 그날 다른 학교로 순회 지도 가는 교사가 2명, 정작 학교에 남아 있는 교사는 3명뿐이었다.
전교생이 50∼70명, 교사가 7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들이 교육 도시인 공주만 해도 초등 17교, 중등 7교 등 충남 전체적으로 약 70%로 추정된다. 이러한 소규모 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교사들의 잦은 출장과 과도한 문서 처리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본교처럼 교사 7명이 근무하는 학교나, 70명이 근무하는 학교나 전체 업무량에는 큰 차이가 없어서 우리 학교는 보통 한 교사가 처리하는 업무의 종류가 보통 10가지 이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과 효율성은 떨어지고 업무 처리 시간에 밀려 정작 학생들을 위한 시간은 줄어드는 실정이다.

소규모 학교에 적합한 학력 신장과 생활지도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소규모 농촌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교 목표를 학력 신장과 생활지도로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소규모 농촌 학교가 다른 큰 학교가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은 그야말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격이다. 학교의 존재 가치란 바로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학생들을 마치 내 자식이나 조카처럼 보듬어 생활지도에 문제가 없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따라서 본교는 일찌감치 학교의 목표를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생활지도로 단순화하여 그에 적합한 것들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원대한 꿈을 키우도록 매달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나만의 공부비법' 글짓기 및 발표대회, 각 과목 노트필기법 안내, 어휘력 및 생활영어 인증제, 교내 학력 경시대회 실시(3회), 전교생에게 각 과목별 참고서 제공 및 활용, 사고력·논술력 향상을 위한 독서지도 등 학력 신장을 위해 우리 학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학력 신장 노력이 빛을 보려면 올바른 생활지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정서 순화와 생활지도를 위해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한 달에 2회씩 전교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깜짝 이벤트'를 벌여 뜻밖의 즐거움을 주고,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자전거·훌라후프·줄넘기 등으로 잠시나마 여가활동을 겸한 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으며 학교장의 전교생 상담, 전교생이 가요 팝송 함께 부르기, 월 1회 명화 감상으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춘 정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교육 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 활동 문자 서비스 등으로 홍보에 힘쓰면서 지역 사회와 동창회 활동을 연계한 다양한 장학금 신설로 학생 지원과 교육 환경 개선으로 교육공동체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학생과 교사를 학교의 중심에 두려는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

그 동안 1년 넘게 학력 신장과 생활지도로 목표를 단순화하여 학교를 경영하다 보니 그 효과가 조금씩 눈에 보인다. 교사들도 업무 처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학생 지도에 진력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적다고 위축되지 않으며 학생들의 학력도 날로 신장되어 가면서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나는 소규모 농촌 학교를 이끌어 가는 학교장으로서 앞으로도 교사들이 수업 활동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주고 싶다. 학교 실정에 맞는 실현 가능한 목표로 학생과 교사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해주고 싶다. 더욱이 작은 학교지만 학교 교사와 학생들, 학부모까지 교육공동체 모두가 자신감 있는 학교로 하나하나 다듬어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는 학교의 목표를 최소한 단순화하여 교육 본질에 충실하고 그것만을 위해 정진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이제는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곰곰이 되짚어 볼 때이다.
/이인중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