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구

지난 12월16일. 공주시의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고 2011년도 공주시 본예산 4644억에 대한 계수조정을 한 날이다.

이날 의원들은 추모공원조성사업비를 비롯한 굵직굵직한 집행부 현안사업에 대해 전액 삭감했다. 그것도 '무기명 투표'가 아닌 '거수'표결이었다.

국도비가 포함된 예산삭감에 집행부는, 당혹감과 함께 '재의(再議)'를 검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 92일이 지난 3월18일. 집행부가 재상정한 추모공원조성사업비에 대해 공주시의회 의원들은 정반대로 원안대로 가결했다.

의원 10명이 투표에 참여해 원안 6표, 삭감 1표, 조정 1표 등 찬성이 압도적이었고 지난 12월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거수'가 아닌 '무기명 투표'였다는 점이다. 

'무기명투표'가 이뤄지기 전, 이충열․한은주․박병수 의원은 '무기명'을, 송영월․윤홍중․이창선 의원은 '거수'에 각각 손을 들었고 박기영․김동일․한명덕 의원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3대3 '동수'에서 위원장인 우영길 의원이 '무기명'을 최종 선택, 거수가 무산되고 무기명 투표가 결정되기에 이른다. 김응수 의원은 회의 자체에 참석치 않았다.

집행부와 시의원들의 표정도 본예산 처리당시와 추경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추모공원사업비 통과에 집행부는 크게 반기며 표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시의원들은 지난 본예산 처리 당시의 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동료의원 향해 막말…의회위상 추락

이번 예산안 심의와 계수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의원들의 행동은 말 그대로 '추태'였고 시의원 자질론까지 의심받는 등 최악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16일 이창선 의원은 추모공원 찬성의원들을 향해 "xx버려"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대의 민주주의에 있어서 본인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의사도 존중되어야하며 공인으로서 온당치 않은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18일 계수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시의원들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수준미달이었다.

'무기명투표'가 결정되자 윤홍중 의원이 의사봉을 가지고 퇴장하는가 하면, 한명덕 의원은 동료의원에게 "뭐하는 짓거리인가, 무슨 작태인가"라며 분을 삭히지 못하는 돌출행동을 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

이번 추경예산을 심의하면서 의원간 감정싸움으로 '정회'만 2번이고 '산회'까지도 선포되는 웃지못할 일이 발생, 시의원들이 스스로 의회 위상을 추락시켰다.

집행부 '입맛대로' 원안 가결…예산심의 무용론 대두

의원들은 추경예산을 심의하면서 쟁점이었던 추모공원 뿐만아니라 '청사사무실 재배채', '계룡면 청사신축'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계룡면 청사신축'에 대해선 호화청사라면서 비난수위를 높였고 일부 의원들은 예산안을 무성의 상정했다면 집행부를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예산심의와 다르게 집행부가 상정한 원안을 모조리 통과시켰다.

공주시상징물(랜드마크)설치, 공예공방 건립, 한옥마을 등 단 3건만 삭감됐는데, 그나마 2건은 조정삭감이었다.

당초 시의원들은 집행부가 3개월만에 삭감처리된 예산을 재상정하자 '의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냐'며 격앙된 반응이었지만, 결과는 집행부 '입맛대로' 원안가결 됨으로써 시의회의 고유기능인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구태여 예산안 심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의원들의 '예산심의 무용론' 주장도 틀린 얘기가 아니다.

추모공원 표결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의원들은 떳떳하지 못했다.

본예산에서 '거수'로 의사표시를 했기 때문에, 이번 추경서도 당당히 '거수'로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어야 했다. 아예 표결조차 참여하지 의원은 지역주민의 대표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표결에 따라 무기명투표를 했기 때문에 '하자는 없다'는 주장도 맞지만 사안이 추모공원인 만큼, 또한 각 언론사에 계수조정 상황까지 공개한 마당에, 투명하게 처리하는게 옳았다.

자성의 계기…변하는 의회상 구현을

예산안 심의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감시 및 견제하는 대표적인 회기 중 하나다. 말그대로 기초단체장인 시장이 시정 살림을 얼마나 잘 꾸려 사용하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자리인 것이다.

이 때문에 공주시의회에 소속된 12명 시의원들이 이번 추경심사에서 시민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시민들은 예산심의를 바라보면서 일부 의원들을 향해 '도대체 왜 시의원이 되어 신성한 주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존재감 마저 없었다'는 회의적인 평가와 함께, 더 나아가 '자리가 아까운 생각이 들 만큼 자질문제가 심각하다'는 격앙된 반응이었다.

시의원이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이다.

의원 개개인은 그 기능에 걸맞게 행동할 수 있는 자질을 요구받고 주민들의 검증 과정을 통해 의회에 보내진다. 그래서 시의원은 공인으로 대우받는 것이다.

의원들은 이번 추경심사에서 보여준 구태를 거울삼아 자성의 기회를 삼아야 한다.

따라서 향후 회기일정을 소화하면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평가보다는, '역대의회 의원 중 6대의원들은 남다른 의정활동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