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하여
이 문 하 

   지난 1월 말 경 신관동 금강둔치체육공원 앞 금강에서 잉어, 누치, 붕어 등 물고기 수백 여 마리가 폐사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4대강사업에 따른 금강살리기 공사의 일환으로 백제큰다리에 금강하상보호공 일부를 해체하자 물이 일시에 빠지면서, 위쪽에 골재채취 공사 중단으로 갇혀있던 물고기들이 유량부족과 한파로 물이 결빙되어 폐사한 것 같다고 한다. 그곳은 지난해 가을 포크레인이 강바닥을 이리저리 헤집어서 골재채취를 위한 모래도로를 만들어 물의 흐름이 왜곡되어 있는 상태였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자연은 사람이 잘못 건드리면 반드시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둔치공원과 정안천변은 이제 많은 시민들이 걷기운동을 즐기는 대표적인 공주의 수변공간이다. 둔치공원의 서쪽 끝의 신관동 하수종말처리 시설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정안천의 합류지점을 걸어서 지날 때에는 팔뚝만큼 큰 잉어 떼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곳의 물빛은 몹시 탁하고 더럽게 보인다. 그럼에도 잉어 떼들은 잿빛 물속에서도 놀랍게도 활기차고 싱싱하게 유영한다. 때로는 잉어들이 물위로 힘차게 튀어 오르며 비늘을 번쩍이는 쇼도 연출해 준다. 그래서다. 잉어들이 꼭 청정하고 맑은 물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치명적인 생태환경만 아니라면 생존력이 강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생존력이 강한 물고기의 떼죽음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물고기의 죽음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물고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자연생태환경의 훼손문제를 심히 우려하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떼죽음은 마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금강의 생태환경을 경고해 준 것이다.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강은 인간에게도 죽음의 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곰나루 아래쪽에는‘금강살리기사업’제7공구이란 명칭 하에 한겨울에도 물막이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업의 추진계획을 보면, 탄천 분강에서 곰나루 부근까지가 6공구(9.0km)이고, 곰나루 부근에서 반포 원봉까지 7공구(26.3km)로 총 사업비가 2,192억원으로 2년이라는 단기간에 끝내도록 되어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심대한 국책사업이지만, 지금 거대한 보가 모든 반대를 거부하듯이 강물을 가로막으면서 축조되고 있다. 공사는 이미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척되어 이제는 이를 저지시키거나 변경시킬 방도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

  어차피 그렇다면, 금강살리기의 멋진 조감도와 마스터플랜 문구처럼 ‘금강을 따라 찬란했던 백제문화가 되살아나고 자연생태공원과 레저 스포츠시설을 조성하여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삶이 한층 좋아질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금강살리기 사업의 홍보내용을 보면, 사업의 목적이 홍수피해를 줄이고, 물 부족을 해소하며, 수질개선과 더불어 생태복원과 레포츠단지를 조성하고, 강변관광문화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 찬성하면서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자연 상태의 금강에서 보듯이 허연 강바닥을 드러낸 채 흐르는 빈약한 수량과 모래무더기와 퇴적토 더미를 그대로 방치하기보다는 물길을 바로잡아 준설을 하고 수변을 아름답게 조경하여 관광문화를 진작시키는 일을 바람직하게 본다. 당장 시에서는 금년 10월 이전에 금강보 공사를 70% 완료케 하여 세계대백제전 때에 금강을 활용한 수상공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수변공간의 창조적 이용으로 지역발전의 전환점을 위한 전략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문제점은 간단하지 않다. 보로 강물을 막으면 유속이 떨어진다. 저류된 물은 자정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생태계가 어긋난다. 아무리 선진공법으로 공사를 한다 해도 강의 본류가 아닌 수많은 실개천과 지천(支川)에서 수질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담수가 오염될 거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강바닥에는 오염된 퇴적토가 쌓일 것이다. 처음에는 괜찮아도 한해 두해 가면 갈수록 생태복원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금강살리기는 아파트건설 처럼 인간환경이 아니라 자연생태환경이니 만큼 자연을 빨리 개조하겠다고 서두르면 환경파괴를 저지르기 쉽다. 일단 파괴된 환경은 되돌리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금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는 단기성과라는 유혹에서 벗어나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자연훼손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전문가 집단, 환경단체와 NGO 등 감시 속에서‘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금강 살리기 사업’이 되어 지각있는 시민들이 적극 동참케 하여야 한다. 예컨대, 실개천과 지천은 가축분료, 공장폐수, 농업폐기물질, 생활폐수의 방류가 지금보다 훨씬 더 경감되도록 친환경처리시설을 증설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시켜야 하며, 상시주민감시체계가 서야 한다. 당연히 녹색기반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와 역사체험으로 이어지는 복합관광자원으로 탄생시켜야 한다. 지자체는 이를 위하여 국책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력을 기르고, 지역 내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며, 관련단체의 지속적인 역할을 유도하여야 한다.

/(전)공주교육장, 푸른공주사랑21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