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경찰청장 “깊은 성찰” 표명

구룡사 주지 진명스님이 천도제를 지내고 있다.

  ‘한국전쟁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7월10일 오후 2시 공주문화원 강당에서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작은 연못’영화상영, 구룡사 주지 진명스님의 천도제, 박선정 웅진무용아카데미 대표의 위령무 등 제1부 식전행사와 제2부 고유제 및 위령제 순으로 진행됐다.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은 “비록 전쟁의 시기라고 하나, 적군과의 교전도 아니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공권력이 형무소에 있던 재소자와 보도연맹원으로 데려온 민간인을 금강가 후미진 언덕에 끌고가 아무런 법적 절차도 없이 무참하게 사살했다”고 밝혔다.

곽 회장은 “한시적이긴 하지만 과거사법이 제정되면서 지난해 우리는 왕촌의 작은살구쟁이에서 317구의 유해를 발굴했다”면서 “그러나 작년 발굴도중 중단돼 아직도 남아있는 유해발굴은 이 정권이 아니면 다음 정권, 이 세대가 아니면 다음세대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백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그 현장에 영원한 역사와 교훈이 장이 되도록 위령비를 세우고 또한 국가로부터 희생된 인명과 그동안 고통을 받아온 가족들에 대한 응분의 배·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선정 웅진무용아카데미 대표가 위령무를 추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김갑연 공주부시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당시 전시상태였다고 하지만,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수감된 보도연맹원들이 인민군에 동조할 것을 우려해 적법한 절차 없이 사살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작업을 멈춰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공주경찰서 정보과장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던 불행한 역사에 대해 깊은 성찰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이곳에서 영면하신 영령들의 소중한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한 미래발전을 위해 경찰이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오랜 세월동안 인내하며 지내오신 유족 여러분들의 슬픔을 달래드리고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정부의 후속조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김종현 전국유족회 상임대표는 “그동안 빨갱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써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 연좌제로 불이익을 받았는가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짓눌림을 당해왔다”면서 “아직도 겁에 질려 신고를 주저한 유족들이 대부분인 만큼 정부는 미신청자들에게도 또 한번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왕촌 4개의 구덩이에서 317구가 수습했지만 추가로 드러난 100여구의 대해선 시간과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발굴이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