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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증권정보(29) |
| 시 칠 기 삼(時 七 技 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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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60대 정도 되시는 분이 투자상담을 위해 찾아오셨다. 그 분은 평생 공기업에서 근무하시다 2007년에 정년퇴임을 하셨다고 한다. 정년퇴임 후 여유자금과 퇴직금 일부인 3억 원 정도를 3∼4개의 펀드에 투자하였다고 한다. 2007년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후끈 달아올라 종합주가지수가 2000P를 돌파하던 때다.
당시 주식과 펀드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며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가 매우 높았고 모든 사람들이 앞다투어 주식을 사고, 펀드에 가입하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08년 미국의 부동산시장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불안은 전세계 금융시장을 무너뜨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천 포인트를 돌파하고 곧 3천 포인트까지 치솟을 것 만 같던 종합주가지수는 순식간에 반 토막이 되어 1000P까지 곤두박질 쳤다. 급기야 인터넷에는 족집게 같이 주식시장의 급락을 예측했다며 미네르바 신드롬까지 생겨났고 미네르바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500P까지 추락한다며 가뜩이나 하락으로 고통 받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불어넣었다. 그 당시 미네르바의 말 한마디는 대통령이나 경제부처 장관의 말보다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3억 원을 펀드에 투자한 어르신도 1년 만에 손실률이 50% 정도라며 크게 낙담하였다. 어떤 말도 그 분께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어떤 말씀을 드려도 그 분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 만 같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솔직히 뾰족한 방법이나 좋은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힘들더라도 꿋꿋이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다행히 급하게 돈을 쓰실 일이 없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갖고 흔들리지 말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도 마시고 기다려보자고 말씀 드렸다. 그 후 다행히 조금씩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펀드 손실율이 많이 줄어들어 지금은 20% 정도까지 줄었다. 이 분이 2∼3년만 더 기다리면 손해가 아니라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의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볼 때 불황기(대세 하락기)는 22개월을 넘지 않았다. 즉 내가 혹시 운이 없어 고점에 펀드에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2∼3년 만 참고 기다리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사례를 보면서 몇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첫째는 평소에 투자경험이나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년에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펀드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셨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위험자산 보다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일 만큼 중요하다. 둘째는 투자를 한꺼번에 했다는 점이다. 미래를 아무도 알 수 없다. 금융시장의 향후 움직임 역시 아무도 모른다.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여러 번으로 나누어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큰 금액을 투자할 때는 여유를 갖고 여러 번 나누어 투자해야만 위험을 줄이고 장기투자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운이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이 분이 정년퇴임을 1년만 뒤에 했다면 이 분은 전세계 금융시장이 폭락한 시점에 투자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종합주가지수 950P∼1000P 때 투자를 했다면 지금쯤 손실이 아니라 50∼70%의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분이 1년 후인 2008 년에 정년 퇴임을 했다면 여유자금과 퇴직금의 일부인 3억 원이라는 큰 돈을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온통 비관적인 뉴스만 난무하는 위험한 증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을까? 결코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때는 기존에 투자하던 사람들도 이대로 있다가는 곧 망한다고, 깡통차고 거지 된다고 서둘러 시장을 떠나던 시기였다. 돈이 있어 투자여력이 있던 사람들 역시 모두 주식 사기를 두려워하던 때였다.
이처럼 투자의 세계는 가장 안전해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하고, 가장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가장 좋은 기회인 경우가 많다. 본능을 거슬러야 하기 때문에 투자는 늘 어렵다.
/SK증권 공주지점 차장, 한밭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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