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수

교육자는 제자들이 얼마나 잘 사느냐보다 사람답게 살아서 사회에 얼마나 공헌을 하고 어울려 사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많은 제자들을 가르쳐서 사회에 내 보냈고 제자들이 같이 늙어가고 있다. 그 소중한 제자들이 얼마나 제 이웃들을 챙기고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내 곁에 늘 머무는 다섯 제자를 살펴보며 교육자의 삶을 뒤돌아보고 반성해 보고자 한다. 초등학교 현직에 머물 때 고학년을 주로 담임했다. 당연히 졸업을 시킨 제자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고 관심과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제자는 찾아오거나 소식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저 평범하게 지냈거나 혼나고 매를 맞았던 제자들이 곁에 찾아드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1 이 제자는 공기업에 근무한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착하디착한 학생이었다. 착한 학생의 대표적인 행동을 했다. 착하고 성실한 아내를 얻었고 자식들도 부모를 닮아 공부도 잘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너무 착해서 집세를 받지 못하고 푸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앞으로도 이 제자는 착실한 사회인으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것이라 예견한다.

#2 이 제자는 자기 사업을 하고 있다. 성공한 제자라 생각된다. 이 제자는 아내를 잘 얻었다. 익힌 기술이 있어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물론 이 제자도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사업도 정직하게 해서 전망이 보인다. 익힌 기술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살고 있다. 자식은 남매를 두고 잘 가르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3 이 제자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직장생활에 만족하며 아마도 가장 사회에 공헌하는 제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제자는 학생 때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살펴보던 학생이었다. 늘 관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으며 엄하게 대했다. 물론 자주 맞기도 했다. 혼나고 맞으면서도 담임을 따르며 담임의 지시에 잘 따랐다는 것이 중요하다. 내 생각으로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이 꾸중을 곁들인 관심과 사랑의 교육이 그나마 지금의 모습이 되었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한 때 나쁜 길로 들어설 뻔도 했지만 바로 정상적인 길로 들어서서 사회인으로 동참하여 봉사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훈훈하고 뿌듯하다. 초등학교 교사의 헌신적인 사랑 교육이 이루어 낸 결실이라 생각한다.

#4 이 제자는 금융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부모가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 당시 소풍 때면 반장이 담배 한 갑을 종이에 싸서 보내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제자의 아버지는 담배 한 보루를 사서 보내 주었던 걸로 기억이 되고 담임을 존경하고 마음으로부터 모시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모의 자식교육이 남달랐기에 그 자식이 잘 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던가! 부모가 사랑으로 잘 가르쳐 그 자식은 앞날이 유망한 금융인이 되었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기에 이 제자는 제 자식을 지극한 사랑으로 교육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5 이 제자는 자기 사업을 하는 제자인데 가장 기반이 튼튼하고 넉넉하며 자신의 취미를 살려가며 사회에 봉사활동을 하는 제자이다. 부모도 교육에 관심이 있었고 가정도 화목하고 살만하였다. 특히 이 제자를 가르칠 때 카세트 녹음기를 집에서 가져다 학급에서 음악을 늘 들려주곤 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나자리노’ ‘철새는 날아가고’ 등 정서적으로 유익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하루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노래를 급가로 불렀다. 그 영향 때문인지 이 제자는 훌륭한 성악가가 되어서 개인적으로 일년에 한 번은 성악 발표회를 열곤 한다. 우리 사회에 꼭 있어야 할 모범적인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다섯 제자가 내 곁에 머물러 살아가고 있다. 명절 때는 꼭 만나서 소주 한잔씩을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우리 지역사회에 일조를 하며 어울려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고 교육자로서의 긍지가 살아 숨쉰다. 같이 늙어가지만 늘 6학년의 내 제자이다. 어쩜 그렇게 6학년 때의 모습으로만 보이는지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교육을 뒤돌아보면 착하고 성실하며 담임의 지도에 잘 따르는 제자는 역시 이 사회에 꼭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자리해서 살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살아가며 늘 기도한다.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남에게 지탄 받지 않고 이웃에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같이 어울려 살아가기를 성심으로 기도한다. 이 세상 사는 날까지는 아무리 늙은 제자라 할지라도 더 가르치고, 타이르고, 격려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해야 하겠다. 내 책상 앞에 써 붙인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한 사람의 인재가 세상을 바꿉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렇다. 내가 가르친 수많은 제자들이 나의 자랑이며, 내 고향 공주의 희망이며, 이 나라의 미래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