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귀농인

치유농업이라는 희망을 품고 공주시로 귀농한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따뜻한 분들의 도움으로 낯설었던 이곳에서 비전과 희망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수 있었다. 나의 전공은 그림 그리는 것과 이를 활용한 미술 심리치료로서 오랜 기간 대학에서 강의했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의당면 평생학습 담당인 이명진 주무관에게 찾아가 이력서와 그에 따른 증명서를 제출하면서 내가 교육 기부할 방안이 있는지 지역민의 심신 건강에 도움 드릴 방법이 있는지 등 여러모로 함께 논의했다.

수일 후 시 평생학습을 담당하시는 이지영 주무관과 함께 만나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에 관해 구체적으로 의논을 나눴다. 그리고 이 두 주무관의 관심으로 나는 공주시 평생학습 축제에서 육아 상담 심리상담으로 지역민에게 도움 드릴 수 있었고 공주시 평생학습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나의 저서를 바탕으로 한 부모교육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의당면 다문화 부모교육과 함께 의당면 마을(도신리, 청룡4리, 요룡리) 몇 곳을 다니면서 나의 재능인 예술 심리 활동으로 많은 분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특히 의당면 담당 주무관은 나의 수업 진행에 참여한 후 대상 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참여자들이 수업에 늦지 않도록 문자를 발송하거나 수업 운영에 차질 없도록 준비물을 챙겨 주셨다.

지금은 요룡리 마을회관에서 10여 명의 부녀자분과 예술 심리 활동(미술+음악)으로 함께 하고 있는데 지난주(12월 9일)에는 '나의 어릴 적 고향 이야기'라는 주제로 수업했다.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한 할머님은 가위로 자르거나 그림 그리는 것을 하기가 힘들다고 하셨지만 3회 기가 지난 오늘은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그림을 다 그려 완성하셨다. "여섯 살 때 우리 집 사립문을 열고 나가면 밤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우물이 있는데 그 우물에 큰 밤알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 밤을 건져내려 애썼지만 결국 못 건져내었다"라면서 그린 그림에 그 내용을 적고 설명해주셨다.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손으로 심지어 끙끙거리며 앓기까지 하시면서도 자기 내면에 자리 잡은 과거의 경험을 끝까지 그려내어 발표하시는 것을 보고 수업에 참여한 모든 분이 함께 작품 완성의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껴 감동적이었다.

또 다른 분은 "돌담 너머로 남자친구들이 밖으로 나와 같이 놀자고 계속 부르는데 정작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 나갈 수 없었다"라면서 그때의 추억을 상세하게 그림 그려 설명해주셨다. 그러자 많은 분이 웃음을 자아내면서 "아쉬웠겠다", "일러 줘야지"라면서 약 올리기까지 하셨다. 이처럼 부녀회 분들이 열심히 작업하여 완성한 작품을 바탕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상호 소통하면서 한껏 자기의 어릴 적 고향 추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에는 이처럼 다양한 미술도구로 그림 그리거나 형형색색의 단풍잎으로 가족 행복을 기원하는 모빌을 만드는 것처럼 주변 자연물인 나뭇가지나 풀잎, 꽃잎 등을 이용해 표현하거나 잡지 책의 사진을 오려 붙여가면서 자기의 내면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방법과 기법으로 작업한다.

스스로 선택한 재료로 적극적으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은 사람에게 만족감과 함께 자신감을 심어주어 스스로 치유력을 키우게 되며 자기의 내면 깊숙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은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해 심신 상태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또한 수업 도중 흘러나오는 옛 노래와 함께 흥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작업에 임한다는 것은 창작 작업에 임하는 분들에게 과거의 생각을 돋구어주어 더욱 창의성 있게 표현하도록 촉진하는 동시에 흥겨움과 즐거움의 정서 만족을 주게 된다.

언제까지 이 수업이 진행될지 모르나 내가 사는 지역의 주민에게 인사드리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더군다나 중년이라는 내 삶의 무게에서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내 양심이 인정하는 곳으로 나의 능력과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참 행복하게 한다.

미술 창작 작업에 몰입하고 있는 요룡리 마을 부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