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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忘却)의 강
[기고]-신국현 공주신문 명예기자
[1236호] 2018년 01월 05일 (금) 18:09:37 공주신문 webmaster@e-gongju.com
   

"엄마 저 창밖좀 보세요.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요" "그러게 언제 모들은 다 심었다니 이삭 팰 때가 됐구먼"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러 온 딸은 엄마의 동문서답에 가슴이 메어져 이내 꺼억꺼억 울음보가 터진다. "이봐유 선생님 ㅇㅇ리 가는 막차가 갔남유? 시간 놓치 것는디 이 사람을 왜 못 가게 하는지 모르것뉴. 갈 때 나좀 꼭 데리고 가유" 이제 갓 입소한 팔십 중반의 노인은 여기가 영 낯설기만 한지 면회온 보호자들만 보면 붙잡고 하소연이다.

우리 이웃집 87세된 노파 역시 치매가 진행 중이어서 딸과 손자들이 요양원에 모시고 갔는데 나 집에 간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처서 다시 모시고 나왔다. 원근 각지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딸 넷이 있지만 가까이서 모실 처지가 안되니 상심만 클 뿐이다.

치매를 지연시킨다는 약처방을 받아와 내 아내에게 맡기며 제 시간에 맞춰 챙겨 주십사고 신신부탁을 하지만 그마저 녹록치가 않다. 불안증세로 시달리는 그 분은 늘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습성이 있다. 게다가 시간관념을 망각한 그 분은 남들이 자는 오밤중에 집을 나와 몇 번씩 동네를 배회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엄동설한에 혹시 낙상이라도 하여 동사하실까봐 심히 염려스럽기만 하다. 밀레니엄 시대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의학기술 및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다 보니 100세 시대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고들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 우리 모두의 바람이지만 어디 인간사가 내맘과 내 의지대로만 되던가. 생노병사라는 자연의 섭리를 따라 각종 질병에 시달려 하늘의 부름을 받는 것이 철칙이지만 이 세상의 그 어떤 암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치매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이다. 수십여년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살아온 부부임에도 누구인지 모르는 병, 아내를 누이라 부르고 자식을 형이라 부르는 안타깝고 애석한 질병 치매의 종류는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한다고 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 알콜성 치매, 머리손상으로 인한 치매, 신경매독 연탄가스 중독 등으로 인한 치매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50%이상 차지하는 것이 점차 기억력을 잃어 가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 치매이다. 증상으로는 우울증, 망상, 수면장애, 공격성 증가, 초조한 행동, 환각증세 등이다.

필자의 아버님은 현재 S요양벙원의 중환자실에 계신다. 공격성 치매를 앓으셨던 그 분은 여기 오기 전 A요양원에서 1년 이상을 보내셨다. 6.25 참전용사이셨던 그 분은 건듯하면 '저 인민군 잡아라' 소리치며 병동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때리고 밀쳐 웬간히 자식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모든 삶의 편린까지도 기억의 저편 망각의 강으로 흘려 보내셨는데 생생한 전쟁의 잠재의식만이 트라우마로 남아 자신을 괴롭혔던 것이다.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자식들의 합의 하에 진정제를 투여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로 아버님은 침상에서 주무시는 횟수가 잦아졌다. 약 기운을 못 이겨서 그런듯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쫓고 쫓기며 얼마나 살아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까. 점차로 쇠약해져 가신 아버님은 결국 곡기를 끊고 지금은 S요양벙원의 중환자실에서 코를 통한 튜브 영양제 투입을 받으며 모진 생명을 이어가고 계신다.

201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전국의 치매환자는 72만5000명이라고 한다. 통계가 알려주듯 10명 중 1명이 치매일 만큼 흔한 질병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치매 국가 책임제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치매 안심센터 확충, 인지기능 검사강화, 치매의료비 및 요양비 부담완화, 장기요양 서비스 확대 등이라고 한다. 특별히 치매 안심센터를 확충하여 전국의 252개 시군 보건소에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한다고 한다.

참고로 전국 요양병원의 평균 간병비는 118만원 이라고 한다. 물론 시설이 좋은 데는 그보다 훨씬 많은 간병비가 들어가고 시설등급이 낮은 곳은 당연히 더 낮은 금액이 들어갈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야 좋은 시설에 모시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좋은 시설을 가까이 두고도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먼 곳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주 찾아뵙지 못해 자식의 도리가 아니라며 자책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들은 서로 네가 모시라고 떠넘기며 형제들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수수방관하다 고독사로 발견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가슴이 아리다. 한평생 가정의 번영을 위해 피땀 흘려 고생하고 자식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무한 헌신하며 사신 부모님들께 치매는 하늘의 훈장치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느 누가 나는 저 강을 건너지 않겠다고 자부하겠는가? 이미 망각의 강을 건넌 저분들도 자기들이 주인공이 될 줄 꿈인들 생각이나 했으랴. 한가정의 평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우환이 없을 때만이 가능하다. 한 사람의 질병으로 인하여 가족 모두가 우울하고 하는 일들에 지장을 받고 경제적 부담에 시달려 부모님을 헌신짝처럼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루 속히 정부기관은 치매 국가 책임제를 완벽하게 시행하여 빈부의 격차를 떠나 연고자든 무연고자든 이미 망각의 강을 건넌 모든 노인들이 똑같이 국가의 혜택을 누리는 선진국형 노인복지 시대가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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