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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아끼려다..." 거리에 나앉은 다섯 남매
화목 난로 화재로 집 전소된 오상권씨 가족... 따뜻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1204호] 2017년 02월 09일 (목) 11:28:47 김종술 기자 webmaster@e-gongju.com
 화재로 뼈대만 남은 일곱 식구 보금자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화재로 뼈대만 남은 일곱 식구 보금자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 김종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신발장에서 나란히 불에 탄 신발뿐이었다.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신발장에서 나란히 불에 탄 신발뿐이었다.
ⓒ 김종술

 


없는 살림은 불에 탈 것도 없었다. 새빨간 불기둥은 검은빛 재를 남겼다.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에 분노가 켜켜이 쌓였다. 

"왜 하필 나일까?"

바람이 몰고 온 것은 차가운 기온만이 아니었다. 뜨겁게 불길을 몰아쳐 30년 된, 집 한 채를 삼켰다. 공주소방서는 이렇게 기록했다. 지난 8일 오후 6시 15분경 충남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 635-1번지 농가주택이 화재로 전소. 하지만 애타는 가족의 심정은 기록되지 않았다. 

한 가족이 거리에 나앉게 됐다. 아빠 오상권씨와 엄마 박미숙씨는 망연자실했다. 12살 큰딸은 어렴풋이 사태를 파악했으나 그 밑에 어린 동생들은 사진기를 내밀자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이제 14개월 된 다섯째는 엄마를 붙들고 칭얼댔다. 다행히 온 가족이 길바닥에서 자야 하는 일은 모면했으나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 막막했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막내가 떠올라 늦어진 퇴근길...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오상권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오상권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 김종술

 


오씨는 10년 전, 경기도 수원에서 고향 공주로 이사 왔다. 농사짓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서다. 살림은 할아버지가 살던 집에 풀었다. 부모님 집과 100미터 떨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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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가게에서 자재를 관리하고 배달하며 생계비를 벌었다. 이렇게 한 달 꼬박 일해 손에 쥐는 월급은 196만 원. 슬하에 3남 2녀를 입히고 먹이고 학교 보내고 나면 남은 돈이 없다. 하지만 아끼고 아껴 매달 4만 원은 기부금으로 꼭 냈다. 틈틈이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도 거들었다. 

기름값 아낀다고 들여놓은 화목 난로가 화근이 됐다. 연통 과열이었다. 올겨울은 따뜻하게 보내려고 땀 흘려 산에서 땔감도 부지런히 실어 날랐는데, 불이 나면서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 됐다. 오씨는 가슴이 미어졌다.

"지난해 수원에 거주하는 장모님이 암에 걸려 아내가 간호를 하느라 매일 수원을 오가다 건강이 나빠졌다. 아이들도 비싼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감기를 달고 살았다. 올해는 꼭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 핸드폰도 못 챙기고 아이들만 둘러메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엄마 박미숙씨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이었다. 소화기가 집 안에 있었으나 불을 끄지 못했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남편에게 전화했으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젖에서 "불...불...났어요"란 소리가 맴돌았다. 뭐라도 건지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려는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게 유일하게 한 일이다. 

하지만 오씨는 "그놈의 짬뽕"을 욕했다. 하필 그날따라 '짬뽕'을 노래 부르던 셋째의 얼굴이 떠올랐다. 벼르고 벼르다 퇴근길에 중국집에 들러 '짬뽕'을 주문했다. 그때, 식당 주방에서 타올라야 할 불이 집을 태우고 있다는 아내의 전화가 왔다. 

집에 도착하니 화염이 지붕 위로 솟구쳤다. 겨우 가스통을 치워 폭발사고는 막았다.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집이 모두 타버리고 불길이 잦아들자 다시 '짬뽕'이 생각났다. 얼굴이 불타올랐다.

"퇴근하고 곧바로 집에 왔으면, 불을 끌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미친놈이죠. 그놈의 짬뽕 때문에..."

오갈 데 없는 가족, 도움이 절실합니다

 얼마나 불길이 거셌는지 지붕을 떠받치고 있던 PVC가 녹아내려 콘크리트 벽을 뒤덮었다.
  얼마나 불길이 거셌는지 지붕을 떠받치고 있던 PVC가 녹아내려 콘크리트 벽을 뒤덮었다.
ⓒ 김종술

 


 기왓장이 무너져 내린 사이에서 불에 타다만 연필과 공책, 상장을 찾았다.
  기왓장이 무너져 내린 사이에서 불에 타다만 연필과 공책, 상장을 찾았다.
ⓒ 김종술

 


9일 찾은 화재현장은 불에 타 시커멓게 변한 시멘트가 눈에 처음 들어왔다. 집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얼마나 불길이 거셌는지 지붕을 떠받치고 있던 PVC가 녹아내려 콘크리트 벽을 뒤덮었다. 매캐한 탄내가 코를 찔렀다. 

냄비에 담긴 김치찌개는 검은 숯덩어리로 변했다. 한 가족의 허기를 달래줬던 밥은 밥솥에서 쏟아져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기왓장이 무너져 내린 사이에서 불에 타다만 연필과 공책, 상장을 찾았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신발장에서 나란히 불에 탄 신발뿐이었다.  

화재로 오갈 데 없는 오씨 가족은 지금, 누군가의 도움이 절박하다. 먼저,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가 나섰다. 고진두 집행위원장은 '시민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조립식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자재비 3천만 원을 목표로 후원금을 모금한다. 집짓는 일은 윤여관 회원이 재능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후원을 원하는 분은 농협은행(356-1206-6034-53 예금주 : 정희숙)계좌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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