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공주의 특성은 대강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역사도시, 교육도시, 문화도시, 생태도시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역사, 교육, 문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필자는 이 고장에서 예순 해가 넘게 살고 있다. 교직도 이곳에서만 50년을 보냈다. 공주문협이나 공주예총, 충남문협, 충남문화재위원, 충남예술진흥위원 등 단체의 책임을 수행한 바도 있다. 애착이 남다른 이유이다. 이 글은 우리 이 고장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긍지와 애정에서 비롯한다. 누구를 헐뜯거나 상처를 줄 마음이 조금도 없다.

얼마 전 중앙의 모 신문에 공주시의 문학관건립과 거기에 따르는 문학상 등의 문제가 보도되었다. 많은 식자들이 그걸 읽고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 필자가 보더라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첫째 생존자의 문학관 설립의 문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존자의 문학관이 그것도 개인이 아니라 공동단체에서 설립하는 예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아도 대개 당사자가 세상을 달리한 뒤 그가 태어나고 자난 고장에 기념관을 세운다. 그런 현상은 누구라고 일일이 말할 수 없이 하나의 관례가 되었다. 때로는 문학사에 월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지역(고향)을 열렬히 사랑하였어도 기념비만 있을 뿐 그냥 놔두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생존한 사람의 우상화는 집단정치 사회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기념관을 만든다면 이웃 대전광역시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공주문학기념관으로 만들어 작고문학인의 유품 등을 정리하여 전시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현명하고 올바른 길이다.

둘째 공주문학의 오래된 그리고 다양한 역사의 정리문제다. 공주는 다 알다시피 백제 때 그 문화가 매우 성숙되었으나 문자로 전하는 문학이 빈약하다. 구전되는 곰나루전설이 백제 이전부터 전해서 오는 것뿐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보다 일찍 개화된 이 지역에는 근대식 학교가 서고 문학쪽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보여주었다. 시회(詩會), 과수원(果樹園) 등의 활동과 그 동인지는 그 한 예다. 거기서 활약한 문인 예컨대 이원구, 이재복, 임헌도 시인 등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을 그것도 앞에서 말한 대로 생존한 사람을 기념하는 문학관의 설립은 신중성을 잃은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공주의 정신과 문화 또는 문학을 선양하는 데에는 다양한 부문에서 전공자의 자문을 받아 신중하게 계획을 설립하고 그것에 관한 세심한 검토 절차가 요구된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문화정책의 즉흥성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시의 사업은 시민의 혈세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시 당국은 이상의 문제를 다시 검토하여 바람직한 문화정책 수립의 길로 갈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