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화재청은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의 해외 전시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 달 동안의 논란 끝에 나온 결정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 해에 6백만 명씩 방문하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우리 국보를 전시한다면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크게 홍보할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단 하나뿐인 국보를 반출, 전시하다가 훼손되거나 도난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해외에 장기 전시하면 우리 국민들의 관람권이 침해되지 않는가 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고요. 내보내자니 걱정되고 안 내보내자니 왠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중요 국보는 정밀한 복제품을 제작하여 활용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아무리 진짜와 똑같은 만들더라도 진품에 비해서 감동이 적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복제품을 활용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의 관람권도 침해하지 않고 대외 홍보의 기회도 선용할 수 있다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복제품을 해외에 대여할 경우 분실·훼손 걱정이 사라집니다. 물론 해외에 대여할 때 모두 복제품으로 보내자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유물은 진품으로 보내고, 고대의 금관이나 반가사유상 같은 그야말로 초(超)국보급 문화재에 한해 복제품을 빌려주자는 말입니다.

복제품을 활용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오래된 문화재 중 금속이나 목제 유물, 서화나 직물류는 보존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수 진열장에 전시하더라도 외부 환경에 장시간 노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개는 다른 유물과 교체하고 수장고에서 일정기간 쉬게 하는데, 이때 복제품을 대신 전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유물을 보러 오는 관람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겠지요?

게다가 공주 무령왕릉이나 부여 능사에서 출토 유물처럼 지역 소재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는 백제 유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앙박물관에도 전시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복제품이 필요합니다. 경주박물관에도 백제의 뛰어난 유물을 복제품으로 전시하면 교육효과가 훨씬 커질 겁니다.

수촌리 고분군 출토 금동관처럼 고대 유물들은 파손 부위가 많아 전체적인 형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의 보존과학 기술을 다 동원해도 전시할 만큼의 보존 처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요. 이럴 때는 찌그러졌거나 없어진 부분을 원형대로 재현한 복원품을 만들면 활용도가 클 것입니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충청남도 내포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했을 때 도에서 귀빈에게 선사한 선물은 공주 수촌리 출토 백제 금동관이었습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제작하여 서울의 한성백제박물관, 공주 부여의 국립박물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한국역사문화전시관에도 전시되고 있는 '재현품'입니다.

한성백제시대 웅진지역 지배자의 무덤에 묻혔던 금동관은 1500여 년의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없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출토되었지만, 후손들이 현대 보존과학의 정밀기술로 정성껏 재현한 유물은 시공을 초월해 백제 예술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국보급 문화재는 보존도 중요하지만 지금 바로 활용도 해야 하기에, 중요 문화재의 '복제품'과 '재현품' 제작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