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 사진작가가 '공주옛날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했다.

"사진은 흔히 살아있는 화석(化石)에 비유된다. ‘살아있음’이지만, 이미 죽어 없어진 것이기 때문이요, 죽어 없어진 것이지만 지금은 살아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진의 시간성은 이 죽음을 전제로 한 이야기이다. 죽음이 전제되지 않고서 사진은 존재할 수가 없다. 존재할 필요가 없다. 죽음이란 변화의 한 형상(形象)이다. 사진은 변화를 그 대상으로 한다. 변하지 않으면 찍을 필요가 없는 것, 이것이 사진이다."

나의 스승이신 사진가 한정식선생님은 '사진과 현실'이라는 책에서 그렇게 사진을 말했습니다. 사진은 시간의 화석이요, 역사의 화석으로서 더욱 견고해지는 존재의 화석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사진의 힘입니다.

공주에 살면서 공주 사진을 찍어 온지 어느새 20여년이 되어갑니다. 언젠가 어느 단체에서든지 공주 옛 사진 모으는 일을 기획해 준다면 옛 사진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진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안타까운 마음에서였습니다. 또한 사진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이번 ‘2010 대백제전’에서 기획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참 많은 분들과 각 학교에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어느 학교에서는 앨범을 통째로 내 주시는가 하면 또 어느 학교에서는 파일을 모두 넘겨주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사진 공모전에서도 많은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이 작업은 공주사진 아카이브화 작업의 필요성을 공주사랑으로 표현해 주신 것입니다.

그 중 지난 문화제 사진과 대백제전을 묶은 것은 보람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올해 대백제전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웅진성 퍼레이드, 지난 몇 십 년간 문화제 때마다 우리가 전에 놀던 방식 그대로였습니다.

시대에 따라 흑백사진이 칼라사진으로 바뀌듯이 시간이 흘러 축제가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말해주었습니다. 이 또한 백제 문화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진은 변화를 대상으로 한다’는 말과, ‘변하지 않으면 찍을 필요가 없는 것이 사진’이라는 말로서 증명이라도 하듯이 사진으로 공주가 환해졌습니다. 이 책은 ‘살아있는 화석’으로 오래 공주에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진을 제공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제호를 써준 우공 이일권님께 도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마음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공주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믿겠습니다.

/김혜식(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