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형님은 아직도 교사가 뭘 바꿀 수 있다고 믿는가 봐요? |
| [교사의 창] |
|
|
|
|
송 명 석
얼마 전에 좋아하는 동생부부와 저녁을 같이했다. 만나자 마자 학교얘기를 하던 차, 대뜸 “형님은 아직도 교사가 뭘 바꿀 수 있다고 보는가 봐요? 그런 오만함이 아직도 형님에게 남아 있다는 게 대단해 보이십니다”하면서 농담반 진담반 냉소적인 어투로 일침을 가해왔다. 일전에 야자 튄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물론 세련되지 못한 방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또한 의욕이 앞서서 교육 수요자들과 갈등이 생기면 아무리 훌륭한 교육철학과 열정이 있다 한들 아니함보다도 못하다.
그래도 나름의 넋두리는 있다. ‘그래, 그 아우말대로 오만함이겠지. 이 미미한 존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어쩜 교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어떤 것을 바꾼다는 것은 아주 위험스런 생각이고, 매우 건방진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정작 교육의 문제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하지만, 정작 모두가 공감하는 해답은 못 찾고 있다. 그래서 문득 이런 가정을 해 본다.
우선,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교사의 그 어떤 교육활동도 수요자, 즉 학생, 학부모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교육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는가?
학생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사들의 교육권도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교사가 일방적인 약자로 간주되는 한 더 이상 발전된 교육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교육은 지속적으로 행해왔고, 그 수많은 역사의 진보가운데 교사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그 기능은 어떻게 수행되어졌는가?
국가주의적 관점에서의 교육이냐? 한 개인의 인격형성을 위한 작은 의미로서의 교육이냐 하는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양자적인 입장에서 균형감각을 갖는 교육적 정책실행이 되어야 한다. 다만 교육의 본질과 그 순수한 의미를 바르게 전달하여,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순수함을 잃지 않는 교육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교육이면 최고라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교사의 혼이 담겨있지 못하고, 신념과 철학을 구현하지 못하는 학교는 이미 교육을 교육이라 말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국가가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을 빠짐없이 성실하게 대변하고, 전수시키는 것만이 교육이라 한다면, 그 행위는 단순한 지식전달자로서, 정부의 충견으로서 기능적 지식상인에 불과 한 것이 아닌가?
작금의 우리교육 현실은 암울하다. 창의적인 사고와 유연한 자세를 가진 교사들에게는 너무나 버겁고 힘겨운 교육환경이다. 소신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에 걸 맞는 교육활동을 보장해주는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교원평가다 뭐다 교육현장이 분주하게 움직이고는 있으나, 교육의 핵심 소프트인 인적자원, 즉 교사의 자존심과 행복지수는 지구촌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괘도를 한참 벗어난 미아 우주선이 되어버렸다.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학생한테 돌아간다는 사실도 다 알면서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혼미한 소용돌이속에서 교육의 총체적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고 치유할 수 있는 지혜로운 답을 찾는데 모든 에너지를 다 모아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유명한 Michael J. Sandel의 작품 ‘What is Justice?(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한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는 영역을 도덕적, 철학적 사고의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런 과정을 통하여 배수구 구멍 막히듯 막혀있는 작금의 교육현실을 소통과 부드러운 리더쉽으로 뚫어야 한다. 사물과 현상을 진지하고 사려깊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안목 있는 학생들을 위한 유연한 교육과정을 계발 운영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신명나는 참 공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환경제공과 선택자율권을 부여한 가운데 자기의 혼과 목소리를 사랑하는 정체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교사에게도 역시 교육과정 안에 있는 contents(내용)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재량권을 대폭 인정해 줘야한다.
교육은 역시 교사에게 주어진 것을 대신 수행하는 직무대행자로서가 아니라, 창조적이고 역동적으로 신성한 소명(召命)을 주체적 역량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사기와 자존심이 세워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교육이 되리라 확신한다.
/공주고등학교 교육컬럼니스트, 영문학박사
|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e-gongju.com
